[전문농업인을 꿈꾸는 청년 농부이야기] ‘베 리 테 마 파 크’ 를 꿈꾸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농업 초등학생 때부터 감나무와 사과나무를 키우시던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조금씩 해오던 저는 고등학생 때 큰 고민 없이 농업분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물론 중학생 때에는 주말마다 농장 일을 돕는 것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농사는 못 짓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요. 부모님이 노지에서 농사짓느라 항상 땅에 무릎 꿇고, 허리 숙여 일하시는 것이 많이 힘들어 보였는데, 농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찾아보니 스마트팜이라는 것을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식물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재배 관련 공부를 열심히 하면 딱히 힘 들이지 않아도 기계들이 알아서 잘 해줄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농대생 3년차, 스마트팜의 현실에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훨씬 많이 숨어있음을 온 몸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전문농업인이 되기 위해 지금은 열공 중 저는 영농창업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해서 원예학과와 영농창업사업단 수업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는 다양한 전공들이 있지만 농대는 대표적으로 식물을 공부하는 원예학과,
국제통화 한 통화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자원봉사자 되다 2021년 6월 29일 새벽 2시가 될 무렵, 새벽에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죠. 얼떨결에 받은 스마트폰 너머에 낯이 익은 지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몇 달 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는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신문 있잖나. 그간 봉사했던 분이 사정이 생겨 더 이상 못하시는데, 어떤가? 한 달에 한 번 경기도 ‘광명’ 지역 도서관에 비치하는 일을 해 줄 수 있는지 편집장님이 물어보시네” 전화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간절함이 묻어있었고, 뭐든 신중하게 결정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대답하게 되었죠. “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바로 답변이 끝나자마자 “응 조만간 연락이 올 테니까, 기다리다 전화 오면 잘해 보시게!” 단 몇 분 만에 나는 국제통화로 자원봉사자가 되었고, 그날은 정신없이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봉사할 일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에서 국제적으로 부탁을 받다 보니,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이 마치 면접을 보는 신입사원처럼 은근히 긴장이 되고, 언제 전화가 오나 하며 스마트폰을 평소보다 자주 보게 되더군요. 마침 인사동에서 기다리던
[새로운 도전 이야기] 전기기타에서 전기자전거로 일렉(트릭)기타를 전공한 저는 ‘콘트라베이스’로 잘 알려진 밴드에서 10년 정도 공연을 다녔습니다. 연주하는 즐거움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요.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소위 ‘음악매니아’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연주자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음악을 하냐”는 등, 먼저 판단해 버리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신은 전문음악인보다 모든 음악분야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이 밴드와 함께 활동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들이었죠. 결국 저는 10년이나 해왔던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연주를 그만두자 이번에는 음악하는 후배들이 저에게 음악을 가르쳐 달라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후배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 ‘실용음악학원’을 시작했지요.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곡 안 쓸 거예요, 그리고 칙칙한 발라드 곡을 왜 연주해요?” 가르치는 저의 입장에서는 기
왼손으로 바라보는 세상이야기 예쁜 글씨 쓰고 싶어서!! 이다 나는 악필이다. 어릴 적부터 학창시절 내내 아니 성인이 되어서까지 악필 콤플렉스는 늘 나를 따라다녔다. 어째서 내가 악필이 되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잘 모르겠다. 다만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에게 글씨 못 쓴다는 핀잔과 꾸지람을 끊임없이 들어왔을 뿐이다. 나도 나름대로 애써왔다. 큰마음을 먹고 예쁜 글씨로 교정하는 책을 신청해서 다달이 받아보았다. 하지만 처음 글을 배우고 깨우치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도 아니고, 혼자서 그 지루한 정자체 글씨를 수없이 반복하며 따라 쓴다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결과는 몇 번 쓰다 말고 마치 다달이 쌓여가는 문제집 같은 책들에 엄마에게 돈만 버렸다는 꾸지람만 수년간 듣게 되었다. 혹 조금이라도 도움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예 교실도 다녔다. 하지만 어찌어찌하여 한글이 아닌 한문반으로 등록하게 되었고 장시간 꾸준한 반복연습이 필요한 지루한 일에 별 성과도 얻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첫인상은 꽤 중요하다. 첫인상이 반드시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첫인상이 좋으면 한 번 만날 일이 두 번 되고
광장의 화가 ‘리까르도’ 프롤로그 Ricardo Araya Assler. 아쓸러는 독일인 성. 리까르도의 할아버지가 독일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면 확실히 유럽 스타일이다. 수염이 길 땐, 이미 우리 눈에 길들여질 때로 길들여진 예수상을 닮아 보이기까지 하다. Plaza de Armas 광장 칠레의 Santiago 시내 중심에는 대통령궁이 있고, 두 블럭 옆엔 Plaza de Armas라는 광장이 하나 있다. 이 곳은 술 취한 자, 외로운 자, 노숙자, 독신자, 여행자, 다리 아파 쉬는 자, 멀쩡한 자, 잡상인, 버스커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상설 체스판이 놓여 있으며, 바로 곁에 팔각정 닮은 구조물도 있다. 여기서 작은 공연이 자주 열린다. 가끔은 세계 정상급의 가수들이 날아와 공원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까지 관중들로 꽉 채운 대공연도 열리는 광장이다.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풍경 하나가 광장의 화가들. 그와의 만남 20년 전, 광장을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었다. 그러니까 평상시엔 그냥 지나쳤다는 건데 그 이유는 광장의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준다거나 소위 이발소에나 걸려있을 만한 그림 따위를 그려 내게 별 자극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에너지와 환경 4] 독일의 비겁한 변명?! EU 그린택소노미(GreenTaxonomy) 가스는? 지난3월호에서는 EU 택소노미를 다루었는데요, 의도치 않게, 두 개의 중요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하나는 대선 직후, 우리나라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시인하며 원전정책을 다시 원상 복구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는 유럽의 천연가스 문제인데 이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K-원전문제는 지난 호를 통해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고, 이번호에서는 유럽의 가스문제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EU의 택소노미는 2023년 1월부터 시행이 되는데, LNG의 경우 전력 1키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거나 20년간 배출량이 550kg(CO2eq)미만인 경우, 화석연료발전소 교체조건으로 2030년 12월 31일까지 LNG발전소 건축허가 승인을 받을 때에만 친환경으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특히 독일과 러시아(소련)의 가스밀월관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천연가스 문제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유럽가스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7] 피나물 (Hylomecon vernalis) [피나물] 노란색 꽃이 4~5월경에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산형꽃차례로 1~3개의 꽃이 달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진한 녹색으로 변해가는 먼 산을 보면서 봄이란 계절이 있었는지 잊혀져 가는 요즘입니다. 지난 늦봄에 숲을 장식하던 식물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나무의 새순들이 파릇파릇 피어나는 계절에 습기 있는 산의 계곡은 다양한 꽃들이 앞을 다투며 꽃을 피우는데 그 중 제법 큰 꽃으로 진한 노란색의 꽃을 피우고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자생지를 직접 목격한다면 저절로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예쁜 노란빛의 꽃밭을 지식 없이 거닐다가는 산속에서 놀라 뒤로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피나물은 줄기나 꽃 등 자신의 신체 일부에 상처가 나면 붉은 즙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여 노란 꽃에 흩뿌려진 상처로 생긴 붉은 즙은 예쁜 꽃밭을 생각 없이 거닐고 돌아봤을 때 공포스럽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피나물의 이런 행동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인데 생각 없이 산속에 꽃을 피운 것 같아도 식물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5] 얼레지Erythronium japonicum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한낮에는 나른하고 졸린 것이 봄이면 도지는 불치병인 춘곤증이 다시 발병한 듯합니다. 직장인이라면 편하게 쉬거나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주말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나른한 날의 연속입니다. 깊은 산속을 찾아 나서 봅니다. 봄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말이죠. 산속의 개울가에 도착하니 이미 이곳에 봄이 도착하여 사람들을 홀리고 있습니다. 그 산속에 ‘얼레지’가 활짝 피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사진기에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은 연신 땅을 기어 다닙니다. 얼레지는 초장이 20cm 내외로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땅에 납작 엎드려 사진을 찍지 않으면 좀 더 멋진 아름다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얼레지라는 꽃 이름만 들어 보면 외국의 식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지만 이 꽃은 순수한 우리의 산야에 자생하고 있는 자생화입니다. 아직 누구도 얼레지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꽃입니다만, 어찌 들어 보면 더욱 친숙하게 들리기도 하는 야생화입니다. 간혹 얼레지를 길러보려 하는 분들이 있지만 얼레지 기르기는 포
마흔이 되어서야 겨우 깨달은 행복 나는 별똥별이다. 요즘 내가 쓰는 별칭이다. 작년 말에 어린왕자를 여러 차례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졌다! 갑자기 떨어진 별과 같다’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왕자 이야기를 읽어서였을까 참 엉뚱하지만 딱 나 같은 별똥별이 떠올랐다. 1982년 아주 추운 겨울이다. 입춘이 막 지났으나 아직 봄기운이 느껴지지도 않는 날, 어두운 새벽 1시가 넘어서 큰 달이 뜨는 음력 정월대보름,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강원도 고한에서 태어났다. 어느 책에선가 우주의 균형이 깨지면서 사람이 탄생한다고, 그래서 모든 사람은 절대 균형에 있지 않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글귀를 읽으며 난 어떤 에너지 균형이 깨져 났단 말인가? 추운 겨울의 깜깜함과 크고 밝은 보름달이 대비되는 날을 닮은 나를 그려본다. 강원도 고한은 당시 탄광촌으로 조금 과장하자면 현재로서는 대기업과 같은 탄탄한 국영기업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강원도에서 살았다고 하면 농사짓고 구수한 사투리도 쓰며 얼굴도 햇볕에 그을린 그런 아이로 자랐을 것이라 상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다수가 깨끗한 직원 아파트에서 정시
의외의 장소와 공간이 주는 매력사람을 잇는 장소 도봉산 자락 아래에 위치한 방학중학교를 방문했다. 직사각형의 운동장에 본관 건물과 부속 건물이 ㄷ자 모양으로 세워진 형태다. 노란색의 건물 외경과 구령대의 위치는 예전에 많이 보아서 익숙한 전형적인 학교의 구조였다. 겨울방학 중이라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눈으로 뒤 덮인 운동장과 교사에서 짙은 향수가 풍겨 나왔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도봉구 마을학교 교사들에게 핸드폰으로 영상제작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도봉혁신교육지원센터의 연락이 아니었다면 굳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 볼 엄두도 못 냈을 곳의 내밀한 공간으로 들어왔다. 강의를 하면서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공간에서의 수업이었고, 이웃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공동체에 무언가 이바지할 수 있다는 반가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지금 사는 노원구와는 서로 맞대어 있고, 어린 시절엔 수유동에 살았으니 도봉구는 늘 고향 같은 느낌이다. 도봉구 수유동에서 강북구 수유동으로 행정이 나뉘는 시간에도 북한산과 도봉산은 서로 이어져 나의 걸음을 맞이해주던 쉼터와 같았다. ‘꿈빛터’라는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와 마을을 잇는 공간인 이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