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와 비평] [아비투스]와 [엑설런스]의 저자 도리스 메르틴에 대한 비평 그녀의 근거인 부르디외, 다시 그 부르디외의 근거인 막스 베버, 그리고 인간의 세 욕망과 그 목적인 ‘삶의 의미’ (3) 서구문화(명)적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동양인들의 어려움 서구사회와 서구문화(명), 동양사회와 동양문화(명)의 차이는 전자는 연속적이었지만 후자는 불연속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서구문화(명)는 한 번도 끊어지지 않은 채 2500년을 이어왔다면, 동양문화(명)는 서구의 팽창기인 18~20세기 동안에 결정적으로 꺾여서 갑자기 그것을 버리고 삶의 모든 차원에서 서구화되어갔으며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내가 누구이며 우리는 어떤 문화(명)를 세웠다가 다 포기하고 서양문화(명)를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지를 질문하지도 않고 의식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한 민족에 속했던 한 사람들이 이민을 가서 가장 크게 고통을 겪는 문제가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롭게 세우기 위해서 첫 세대와 둘째세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여 최소한 3세대에 필요한 것임이 이제는 자명해져갑니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와 문화(명) 전체, 그것도 아
배 아프고, 준비 안 된 독일 EU의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연기하자? 준비 안 된 독일 요즘 주요 뉴스 중 하나가 방산 분야 수출얘기인데요. 특별히 폴란드가 독일 대신 한국과 대규모 방산 계약을 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폴란드가 독일 대신,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준비 안 된 독일의 공업생산력 때문입니다. 1990년대 냉전종식 이후 가지고 있던 모든 무기들을 다 팔아버리고, 탱크 같은 중공업 제품의 생산라인을 닫아 버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닫은 것은 아니지만, 신규 제품 개발은 대규모가 아닌 소량으로 가내 수공업 정도의 생산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 요구인 신규 생산라인의 대규모 증설과 투자는 요원해 보이는 실정입니다. 독일의 공업생산력은 특정 분야가 아니면 기존의 시설을 이용한 생산에 그치고, 대규모 사업을 통한 매출 증대와 시장 선점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유럽피언 드림을 표방하며 자연과 공존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워라벨을 이루며 평화롭게 살면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아닌 위기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7] ‘이주의 시대’ 세계 환경 2022년 세계의 큰 뉴스 중 하나는 지구의 인구가 80억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입니다. 그중에 8명 중 1명꼴인 10억 명 정도는 위기를 피해 비자발적으로, 또는 보다 나은 삶과 기회를 찾아 자발적으로 고국을 떠나 살아가고 있답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가 간 인구이동이 일상화되고 보편화된 이 시대를 세계적인 이민학자 스티븐 카슬은 ‘이주의 시대’라 부르지요. 나아가“국제 이주는 전 세계의 사회와 정치를 재편하는 초국가적 혁명의 한 부분이다”1) 라고 말합니다. 국제 이주 이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Push-Pull이론은 신고전 경제학의 미시이론으로 비용편익(cost-benefit)론입니다. 그 외에도 상대적 과잉인구론, 노동시장 분절론, 세계체계이론과 같은 구조이론, 국제연결망 등으로 해석하는 관계론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국제 이주를 해석해보고자 노력해 왔지만 현재의 국제 이주는 앞서 언급한 어느 한 가지의 이론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위해 크게 두 가지의 양태로 나눈다면 노동, 결혼, 유학, 관광, 방문 등 기회를 찾
이것이 진정 독일의 날씨인가? 전시회와 기후변화 올해도 유로바이크 2023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했습니다. 독일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것이 진정 독일의 날씨인가?’하고 반문하였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견딜 수조차 없었던 날씨였습니다. 6월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낮 기온은 32도, 아무튼 전시회 짐을 탁송으로 보내지 않고, 자전거만큼이나 큰 박스를 5개나 바리바리 싸들고 개인 짐까지 챙겨서, 공항 렌터카 빌리는 곳까지 가자니 정신이 없었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땡볕과 공항 앞의 사람들을 태우려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고열로 인해 벌써부터 정신이 반쯤 나가 버린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빌린 차량이 SUV급임에도 전시회 짐을 전부 실을 수 없어 함께 간 일행 중 두 명이 한자리에 앉아가는 쇼까지 했습니다. 이러고 나니 정신이 아득히 멀리 가버린 듯했고, 도착한 숙소는 역시나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도 없었고, 태양은 저녁 9시나 되어서야, 마치 우리나라의 석양이 지는 시간처럼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시회 기간과 그 이후인, 6월 말과 7월 초에 측정한 온도는, 기후학자들 얘기로 12만 5천년 중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2] 감국 Dendranthema indicum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한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듯합니다. 가을의 단풍 감상도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는데 벌써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시기가 되었으니 말이죠. 어느샌가 지나가 버린 가을의 꽃을 돌아볼 생각입니다. 뉴스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무렵부터 산과 들에는 가을을 알리는 예쁜 야생화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야생화는 울긋불긋 단풍이 든 나무 아래에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노란 꽃을 무리 지어 피우고 가을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야생화를 ‘들국화’라고 부르지만 사실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과를 통칭하여 부르는 것으로 식물명이 아닙니다. 그 들국화라 부르는 야생화 중에서 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우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감국’입니다. 감국의 꽃말은 ‘가을의 향기’라 하거나 ‘그윽한 향기’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느 표현이던 향기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국은 그런 이유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는데 건강에도 좋지만 찬바람 부는 겨울날 따스한 방에서 밖을 내다보며 미처 만끽하지 못한 가을을 생각하며 감국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는
[고경명의 디자인 이야기 1] 과대포장이라고요? “여보세요, 네? 50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고요?” 수입을 담당하는 직원이 전화를 끊으며 한숨을 짓습니다. 이번에 들어오는 수입품목 중에서 과대포장 검사 기준을 초과해 또 다시 벌금을 내야 한답니다. 정부의 탈 플라스틱 정책이 발표되기 전 이미 계약했던 제품이라 패키지 디자인 변경이 불가하여 그대로 수입을 했는데 과대포장으로 벌금을 받은 것입니다. 앞으로 들어올 상품들이 많기에, 패키지 사이즈 변경이 가능한지, 플라스틱 사이즈와 용량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담당 직원이 분주해졌습니다. 그 직원이 분주해지니 디자인 담당자인 저 또한 바빠지게 되었죠. 기존에 작업했던 패키지 디자인을 새로운 사이즈에 맞춰 다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코로나19 발병 이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되면서 플라스틱은 급박하고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2015년 UN에서 기후변화협약을 맺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줄이기 협약을 맺고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노력해왔으나 코로나19 이후 개인의 위생과 안전을 중요시 여기며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
내 삶을 버티게 해주는 기록의 힘! 사 회 일 지 여행으로 가득한 20대를 살 수 있을까? 대학을 졸업하며 서른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며 살겠다 다짐했습니다. 문예창작과를 재학하던 2015년에는 취업률이 낮은 예체능 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던 시기였기에 우리 학과장님도 폐과를 막기 위해 총장실을 몇 번씩 오가곤 했죠. 친구들과 함께 건국대학교 학과 통폐합 반대 시위에 다녀오기도 하며 현실이 서럽던 날들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좋은 직업은 사회가 원하는 것이었으나 유명 연설이나 기업가들의 강의에서는 늘 ‘20대에 도전하라.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으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고, 이 모순 속에 갈등하던 저는 출판사, 방송사 취업 대신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방황이 아닌 도전으로 남고 싶었어요! 20대. 아직 책임져야 할 것이 내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을 때, 보다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을 다 해보며 무너지고 실수하고 혹은 그 모험이 틀렸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무작정 요리를 배우고 자격증을 하나씩 따다가 한 삼촌을 만났죠. 50개가 넘는 자격증을 가지고 책을 하루에 1권씩 읽는다는 말을 듣고, 어쩌면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룬
2022년 춘천국제마라톤에 도전!15명 풍경을 담다! 3년만의 화려한 외출! 산등선을 신비하게 물들이는 아침 해의 인사를 받으며 춘천으로 향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바로 2022년 춘천국제마라톤대회(이하 ‘춘마’)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고속도로에 가득한 차들과 휴게소 곳곳에서 만나는 마라톤 복을 입은 사람들로 벌써부터 춘마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죠. 초등학생부터 70세가 다 된 분에 이르기까지 15명의 참여자들 중에는 이미 풀코스를 2회 이상 뛴 분부터 시작해, 처음 대회에 참여하는 새내기들도 여럿 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쉽게 뛰지 못하는 2명의 멤버도 물품 조달과 사진촬영 등으로 도움을 주었지요. 오래전부터 꾸준히 달리기훈련을 해왔던 저희 <행복한동네문화만들기운동> 식구들은 2014년을 시작으로 ‘춘마’에 도전해 많은 맴버들이 42.195km를 완주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지요. 코로나 팬더믹으로 공식적인 마라톤대회가 없었던 기간 동안도 우리는 봄, 가을 일 년에 두 번은 하프마라톤을 뛰는 것을 목표로 달리기 훈련을 해왔습니다. 달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하게 이루어가는
40대‘신입’의 좌충우돌 직장적응 필살기 얼마 전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 ‘취업 필살기’를 썼었는데, 지금은 그런 때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직장에서 좌충우돌하며 4개월째 ‘직장적응 필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 하던 중국어 교육, 중국어 통번역과 전혀 다른 성격의 무역회사에서 44세의 나이로 취업을 하여 직장초년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저를 ‘신삥’이라고 부른답니다. 이곳에서 30대 직장 동료에게 “시간 날 때 엑셀 좀 배우세요.”라는 말을 듣지만, 서러워 할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무조건 해내야 합니다. 면접을 볼 때, 비록 무역의 실무 경험은 없지만, 통번역을 하며, 새로운 영역의 내용을 빠르게 익히는 것을 훈련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당당히 입사를 했습니다. ‘내 이름은 올드 신삥’ 큰소리는 쳤지만 신삥은 신삥이었답니다. 통역을 하며 무역용어를 띄엄띄엄 접하긴 했지만, 실무는 해본 적이 없어, 수입절차, 예를 들면 여러 검역절차, 세관절차, 각 국가의 선박해운마다 조금씩 다른 절차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번 들었던 내용을 다시 물어보게 될까 노트에 절차를 하나하나 자세히 적어가며 익혔습니다.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 잔 할까? 오래 가까이 지내온 형이 있다. 나의 20대 때부터 허물없이 도심과 숲 속에서 함께 지내고, 20여 년 전에는 말을 타고 서울에서 목포, 제주까지 국토 종주를 하는 최초의 도전을 함께 성공했다. 5년 전에는 28피트 요트를 타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현해탄을 함께 건너고, 3년 전에는 요트를 타고 필리핀을 함께 가기도 했다. 두 편의 에세이집을 낸 작가이자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던, 엔지니어링 사업가이자 승마 종주 전문가였던 그는 요트 선장이 되어 새로운 모험을 떠났다. 2월 중순부터 50피트 요트를 타고 아내와 두 돌이 안 된 어린 딸 아이, 셋이서 유라시아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유럽에서 인도, 동남아를 거쳐 한국에 오는 요트 여행을 떠난 것이다. 아드리안 해와 아라비아 해, 인도양을 건너는 긴 여행이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릴 때쯤이면 그는 수에즈 운하 쯤을 도달했을 것이다. 결혼 전 프로포즈 콘서트, 결혼식, 등단을 하던 시상식 등 내 인생의 중요한 시간들과 위의 큰 모험들을 빠짐없이 함께 하다 보니 으레 이번 일주에도 나는 자동 참가(?)가 되어버렸다. 최소 4개월 여를 가야 하는 긴 여정이라 구간을 다 참가할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