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8] 가장 귀한 황금은 그대 익산 보석박물관에는 어떤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혹시 선화가 서동에게 건넨 황금이나 서동이 쌓아둔 황금이 전시되어 있는 건 아닐까. 둘도 없는 절세미인 선화공주에 대해《삼국유사》에는 ‘짝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요염함(미염무쌍)美艶無雙’이라고 했다. 또 마를 캐는 한 소년이 한 나라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했으니 그 소년의 총명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록에는 ‘마음과 생각의 깊이를 측정하기 어려워 (기량난측)器量難測’이라고 했다. 선화를 꾀어낸 서동이 짐짓 앞으로의 호구책을 걱정하자 선화는 어머니 마야부인이 건네준 황금을 보여준다. 이것이면 평생 지낼 만하다고 하자 서동은 깜짝 놀란다. 이런 거라면 내가 마를 캐던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했다. 서동과 선화공주는 많은 황금을 신라 진평왕에게 보내 인정을 받았다. 서동은 나중에 백제의 인심을 얻어 왕이 되었고, 둘은 옛일을 회상하며 익산에 미륵사를 창건하였다. 사람들은 서동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정치 경제적 배경으로 익산의 황금을 들곤 한다. 그래도 똑똑한 서동이 어떻게 사람들이 몹시 좋아하는 황금을 옆에 두고도 몰랐다는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10] 지방과 대학을 살리는 유학생 한국의 유학생 도입과정은 경제개발계획과 아울러 정부 초청 대만 유학생이 유입되기 시작한 1965년에서 1979년을 제1기로 본다. 제2기인 1980년에서 2003년에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92년 한중 수교 등으로 인한 국격 상승과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유입국과 유학생 수가 폭증하였다. 그 후 2010년까지 5만 명 유치를 목표로 ‘Study Korea Project’를 진행했으나 초과달성으로 8만 3천여 명을 유치하여 일본을 제치고 세계 10위권의 유학생 유치국이 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시에는 중국 유학생이 급증하여 전체 유학생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였다. 202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제5기에는 20만 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유치하게 되었고, 이 가운데 베트남 유학생이 급증하고 생계형 유학생이 증가하는 등 유학생 판도에도 많은 변화와 도전이 찾아왔다(지문선, 2023). 한국의 유학생 정책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수인재를 유치하여 한국의 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도록 한다. 둘째,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 셋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성공적인 삶
미국 버지니아 주 여름학교, 갈아 넣은 영혼의 무게 6주간의 여름 한글학교 교사 급구 광고를 보고 여름학교에 합류한 것이 6월 초였다. 이제는 어느 자리에서건 직업인으로의 내 나이가 약점이 된다. 경력과 노련함이라는 포장지로도 감당이 안 될 때 나의 선택은 부지런함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하던 토요 한글학교와는 또 다른 집중력이 요구되는 여름학교다. 교회의 시설을 이용하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지금 나에겐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공간과 시간만이 허락되면 감사할 일이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부에 사인을 하고 복사기를 독점한다. 오전 8시 20분이면 학교에 도착한 나와 출근 1, 2위를 다투는 또 다른 선생님과 은근한 순위 경쟁을 하는 즐거움이 있다. 고요만이 머무는 빈 교실에서 감사, 그저 감사의 기도를 한다. “써니 샘이 작성한 지도안이 제일 잘했다고, 항상 교감 샘이 얘기하세요.” 한국에서 교사를 했던 짬밥 운운했지만 속삭이는 교장 선생님의 칭찬에 또 다른 감사 기도를 보탠다. 사랑받고 있는 소중한 마음이 식기 전에 아이들에게 얼른 전하고 싶다.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얼굴을 연결한다. 내 아이도 이리 사랑스럽지 않았다. 단점도 귀여운 실수로 보
르완다 아카게라의 밤하늘은하수와 별자리에 홀리듯 빠져든 날 선선한 초저녁 바람이 불어오자 삼삼오오 모닥불 앞으로 모여들었다. 진홍색 노을이 서편의 하늘가를 물들이니 빨간 불꽃색이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아카게라의 캠핑장은 전기펜스를 둘러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는 공원 내의 안전지대다. 범상치 않은 동물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풀벌레 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면 사방은 온통 고요와 적막으로 뒤덮인다. 이 무렵이면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눈다. 캠핑장에 놓인 의자에 모여들지만 대부분은 준비해 온 개인용 간이 의자를 펼쳐서 대형을 만든다. 저녁은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간소해서 담소에 집중하느라 먹는 것은 그다지 중요치 않은 느낌을 준다. 반면, 우리 한국팀은 캠핑장의 한구석에 위치한 불판 주변으로 모였다. 이번에도 장작불 위에 삼겹살을 구워 낼 계획이다. 지난번 우기철에는 물을 머금은 나무에 불을 붙여서 밥을 지어먹는 게 쉽지 않았는데, 건기의 장작은 화력이 무섭게 타오른다. 나무의 은근한 향기에 어우러져 지글지글 노릇노릇 기름기가 쏙 빠지게 익어가는 목살을 여럿이 함께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 형언키 어려운 황홀함이다. 기온이 내려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6] 공간이 주는 힘 10여 년 전 사랑하던 사람과 갑작스럽게 헤어졌습니다. 자의였지만 상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원망해야만 할 것 같았고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소식은 정말 빠르게 퍼지는 것 같습니다. 위로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지만 모두 피했습니다. 그때는 그것들이 위로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불행과 슬픔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다는 비뚤어진 판단이 제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저는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티켓만 구매해 계획 없이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인데 이상하게 오전 4시만 되면 눈이 떠졌고 뜨는 해를 보며 제주 올레길 하나 하나를 완주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20대 때 유럽여행을 하면서 발에 물집이 터졌던 그때처럼 발 상태가 엉망이 되었지만, 생각 없이 무작정 걸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배가 고파지더군요. 그럼 눈에 보이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제주의 바다를 바라보았습니
오래 기다린 건강한 땅의 힘, 농업을 넘어 미래 콘텐츠로!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대학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고 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청년은 2015년, 돌연 토마토 농사에 뛰어들게 됩니다. 토마토 농장에서 농업의 미래 콘텐츠를 발견해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그래도팜’의 원승현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오랜 기다림이 만들어낸 가장 기본적인 철학과 가치 강원도 영월, 맑은 주천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산 아래 굽이진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각적인 주황빛 공간이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가고 싶게 하는 이곳은 토마토 농사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고 있는‘그래도팜’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그래도팜’은 1983년 설립 이래로 40년이 넘게“농민은 땅을 살리고, 살아 있는 땅은 농작물을 이롭게 키우며, 이롭게 자란 농작물은 사람을 건강하게 살린다.”는 철학을 바탕으로‘땅을 살리는 농사’를 짓고 있는 유기농 전문 농장입니다. 2015년 이직을 위해 잠시 쉬면서 부모님이 계신 영월 본가에 내려왔던 원승현 대표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브랜드’로서 부모님의 농업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님은‘원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12] 9월의 허브이야기 제라늄(Geranium) 학명:Pelargonium graveolens 제라늄(Geranium)은 상냥하고 따뜻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허브는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지중해 지역의 유럽, 모로코, 이집트,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재배하는 ‘쥐손이풀과’에 해당합니다. 제라늄의 학명인 ‘Pelargonium graveolens’는 길게 뻗은 제라늄의 씨앗이 황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황새’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pelargós’에서 유래하였고, ‘graveolens’는 라틴어로 ‘강렬한’, ‘묵직한’을 의미하는 ‘gravis’와 ‘냄새를 풍기다’라는 뜻의 ‘óleo’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18세기에 유럽으로 도입되었는데 제라늄 품종은 200여 가지가 있으며, 꽃의 형태와 향기가 다양한데 에센셜 오일로 많이 사용하는 품종은 제라늄과 로즈 제라늄, 애플 제라늄(Pelargonium odoratissimum) 등이 있습니다. 이름에서처럼 꽃에서 사과 향이 난다고 하여 애플 제라늄이고 장미 제라늄은 장미 향이 납니다. 영국에서는 겨울철에도 장미 향을 맡기 위해 장미의 향기와 비슷한 장미 제라늄을 실내
여름 향 첨가 사람들은 말한다. 여름의 향기는 다른 어떤 계절보다도 짙다고. 처음엔 땀 냄새 인 줄 알았다. 여름이 뭐가 좋다고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좋아하나 싶었다. 허나, 지금의 여름은 나에게 설렘의 향을 주는 계절이 되었다. 꿉꿉한 향이 날 때면 쏟아지는 장마에 뛰어들어 비와 한 몸이 되고 파도의 향이 날 때면 에메랄드 빛 바다에 몸을 맡기며 여유를 즐기고 열대야의 향은 별을 깨끗한 하늘 높이 휘영청 올려 준다. 오색빛깔 찬란한 향들이 나를 매혹하는 짙은 계절 여름, 이 계절은 뭐든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다. 나, 너, 우리 모두 여름의 향에 취해 있다. 이 향에 취해 안 좋을 게 뭐 있을까 즐겨라 적셔라 빠져라 청춘이면 이 여름에 여름 햇빛 속 청춘은 빛나고 있다. 그 여름 속 나는 빛나고 있을까 성복고 2학년 신준환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호>에 실려 있습니다.
[에너지와 환경]퇴장! 레드카드 받은 인류 이미 받았던 옐로우카드 축구에서 옐로카드를 받고 나서, 한 번 더 반칙을 하면 레드카드를 받습니다. 주변 동료부터 시작해서 주장까지 모두 심판에게 달려가, 이번 건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거나,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심판도 보고, 관중도 보고, TV로 중계된 명백한 상황이라면 확실한 퇴장! 레드카드가 됩니다. 불쌍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이번 여름, 바로 그 레드카드를 지구는 인류를 향해 높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도 경고를 미리 받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옐로우 카드를 한 번만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받았고, 수차례 경고의 신호가 있었지만 인류는 그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나 팀의 주장 같은 국제기구들의 주의도 무시를 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1997년 ‘교토의정서’는 채택해 2005년 발효하였으나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대량배출국들은 빠져버렸습니다. 2015년 다시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채택하였으나 또 미국이 탈퇴해버렸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당사국총회의 195개국은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합니다. 이 협정은 산업
[동남아 일주 요트 여행기] 랑카위에서 사바섬까지 #2 랑카위 공항에서 비행기에 내리니 탁 트인 평원과 특유의 더운 훈기가 이곳이 남쪽 섬임을 알려준다. 이 공항의 느낌을 어디서 느꼈었더라? 생각해 보니 4년 전 필리핀 팔라완 코론 섬 공항에서 보고 느꼈던 그 풍경들과 비슷하다. 이고 지고 온 짐을 다시 이고 지고 택시를 잡는데 한국 생활에 익숙한 크루들이 짐이 많아 택시가 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을 한다. “걱정마, 이곳은 한국이 아니야, 기사들이 어떻게든 실어주고 가니까 염려 붙들어 매셔!” 국산 소형차보다 좀 더 큰 택시를 그랩 앱으로 불렀다. 트렁크에 큰 가방 세 개가 가까스로 실리고 남은 짐들은 안고 탄다. 현지 시간으로 8시. 아직 선셋 후의 노을빛이 길게 남아 30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하며 랑카위를 ‘주마간산’(走馬看山) 으로 둘러본다. 평범한 남도 섬인데 차량들은 작은 일제 차들이 많고 도로가 깨끗하다. 중간중간 큰 마트들이 보이고 곳곳에 marine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판들이 여럿 보인다. KFC, 맥도날드, 스타벅스, 나이키 등 익숙한 다국적 간판들이 보이고 마리나에 가까워질수록 시골에서 점점 도회지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