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선함의 끝판 왕 딸기 재배를 위해 올 한해 제가 속해있는 충남대학교 영농창업사업단에서는 국내외 현장실습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그 가운데 여름에는 교수님 두 분과 저를 포함한 교육생 12명이 3주 동안 해외 선도농가 견학을 목적으로 네덜란드를 방문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농업선진국으로, 네덜란드의 프리바 스마트팜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친숙할 뿐 아니라, 수업시간과 스마트팜 교육시간에 매번 시설이 크고 배울 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네덜란드에 딱 도착했을 때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 비해 거의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네덜란드는 대규모 시설재배를 하기에도 적합하고, 농업인 비율이 인구의 30%나 되어 국가차원 뿐 아니라 유럽 전체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과일과 채소들이 우리나라처럼 예쁘게 진열되어 있지 않고, 농가에서도 별다른 선별과정 없이 마트에 납품하기 때문에 적과나 적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은 유럽 전반에 유기농에 대한 분위기가 확산
한국을 향한 인도 라비의 거위의 꿈 2018년 가을, 나의 결심 ‘한국에서 살아야지!’ 안녕하세요! 저는 인도에서 온 ‘라비’입니다. 한국살이 3년차입니다. 2013년 어느 날, 친구가 인도 채널에서 타밀어(타밀어는 제 모국어인 남인도어)로 더빙되어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많이 보기 시작했고, 한국의 문화와 그림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군침 도는 음식들이 흥미로웠습니다. 드디어 2018년 가을, 2주 동안 휴가를 내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그때 결심했어요. ‘한국에서 살아야지!’라고 말이죠. 그리고 3년 뒤, 2021년 다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전공한 컴퓨터 과학 분야가 매우 발달한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대학원을 가기 위해 준비를 했어요. 한국은 공부하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KGSP, ASEAN, 한국기업장학금(대웅, 삼성 등), 대학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제도가 있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인도에서 알았던 한국, 직접 와서 경험하며 내가 느낀 다섯 가지 차이 인도에서 있을 땐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는
“ 당신, 전공이 무엇이오? ” 가끔 40년 교직 후 정년퇴직했다고 말하면 무슨 과목 선생이냐 묻는다. “당신 전공이 무엇이오?” 하고 묻거나 “무슨 과목 가르쳤나요?” 라고 물으면 즉답하기가 망설여진다. 국어, 영어, 수학도 아닌 그렇다고 음악, 미술도 아닌 터라 말하기가 무척 애매하다. “무슨 과목 선생처럼 보이냐?”고 되물으면 그 답 또한 다양하다. 세 과목을 가르쳤으니… 학생들에게 가정과목과 컴퓨터수업을 15년씩 30년을 하던 중 내 의지와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2008년부터 퇴직 전까지 나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직업과 진로’라는 과목을 10년 가르쳤으니 즉답하기 어려울 수밖에. 내가 직업과 진로라는 과목을 가르치게 된 사연의 시작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이건 내 의지와 달리 위에서 하라고 하니 평교사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직업과 진로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교내에는 진로 상담교사(부장급)를 하겠다고 진로 연수를 받은 교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더러 진로 수업을 하라니 당황할 수밖에… 진로라는 과목은 출제나 시험이 없이 ‘수우미양가’의 평가가 아닌 ‘이수 & 미이수’의 선택만 있는 과목이다. 관리자의 최후통첩은 30년 경력 교사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9] 흰어리연 학명 Nymphoides indica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뜨겁고 무더워지면 무작정 물가를 찾아가게 됩니다. 시원한 산속 계곡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계곡물이 흐르는 장소는 모두 먼 곳에 있는 것 같아 주변의 제법 큰 저수지를 찾아 나서 봅니다. 수련과 연꽃의 커다란 잎들이 보입니다. 물속의 수생식물만 바라봐도 더위를 조금은 잊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더위를 피해 저수지를 찾다가 뜻하지 않게 흰어리연을 만나면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노란 꽃이 피는 노랑어리연은 비교적 흔하게 자생하는 모습을 만나거나 볼 수 있지만 흰어리연은 생각보다 흔하게 만날 수는 없는 품종입니다. 운이 좋아 흰어리연이 자라는 저수지를 만난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다른 식물의 세력에 밀려 사라져 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흰어리연의 꽃말은 ‘청순’ 혹은 ‘순결’이라고 합니다. 꽃말 때문인지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번식을 하면 이상스럽게도 사라져 버려서 애를 태우게 됩니다. 지난해 여름 어느 날도 더위를 피해 흰어리연이 사라져 버린 저수지를 찾아 갔지만 흰어리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생하던 곳에서 멀지 않은
오토바이 타는 여자 나의 첫 책 《안녕, 나의 한옥집》에서 엄마에 대한 부분을 쓸 때 그 장 제목에 대해 고민을 했다. 엄마를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 어떤 이미지가 좋을까. 엄마는 젊은 시절 시를 썼으니까 ‘시를 쓰는 여자’ 어떨까? 아, 너무 평범하다. 한옥집에서 세 딸을 키우고 시부모와 남편을 봉양하며 가정 선생님으로 학교 일까지 야무지게 해냈던‘24시간이 모자라’의 엄마. 그녀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그러다 내 글 중에서 찾아낸 구절이‘오토바이를 타는’그녀였다. 24시간이 모자라던 그녀의 발이 되어준 소중한 오토바이. 엄마는 자그마한 키와 몸집, 강아지 털 같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오토바이에 잘 어울리는 가죽재킷 대신 직접 만든 하얀 원피스와 스카프를 두르고, 역시 직접 만들어 준 포플린 원피스를 입은 세 딸을 싣고 그녀는 공주 시내를 달렸다. 그녀는 천상 ‘오토바이 타는 여자’였다. 그렇게 나는 첫 책 중 어머니에 관한 그 장의 제목을 찾았고, 그것은 몇 달 전 출간된 나의 두 번째 책의 제목이 되었다. 그렇게 내가 지어놓고는 나 스스로 몇 번이나 감탄을 하고 만족을 했다.《오토바이 타는 여자》라니 얼마나 멋진 제목인
[상상농부 이야기 13] 송이버섯은 자연산 밖에 없어요!! 자연산 송이버섯 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진짜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버섯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기, 맛이라고 말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단순히 비싼 정도가 아닌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일 것입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수많은 버섯들 중 제법 높은 가격이 있는 녀석들(송화고, 참송이, 노루 궁뎅이, 동충하초 등)이 있음에도 ‘자연산 송이’라는 말 앞에는 다들 침묵하고 말지요. 그렇다면 송이버섯은 왜 자신만의 독특한 맛과 향의 특징을 가지고, 그렇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할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송이의 특징만 알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입니다. 자연산 송이버섯은 진짜 자연산 밖에 없습니다. 송이버섯은 자연산만 있을까요? 아니면 인공 재배로 생산되는 녀석들도 있을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송이버섯은 자연산 밖에 없습니다. 자연산도 있고, 재배용도 있는 표고, 느타리 등의 버섯들과는 다릅니다. 가끔 자연산 송이버섯의 인공재배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오거나 송이버섯을 거의 닮은 버섯이 대량 재배 생산 가능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곤 하지만 송이버섯은 자연산 외에는 없습니다. 그
포 도 포도 내 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인 이육사의 《청포도》 싯구처럼 7월은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지난 6월 말 첫 수확을 시작하여 여름 내내 잔뜩 영근 포도송이를 따기에 부산한 고장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경북 영천이다. 이곳의 포도재배면적은 2,200ha 정도로 수확량은 전국 10%를 차지한다. 대구에서 가까운 영천은 강수량이 적은 대신 일조량이 풍부하여 당도가 높고 알이 굵은 최상급 포도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포도는 전 세계 과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전역에서 폭넓게 재배되고 있다.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 포도의 최대생산국은 프랑스일까? 정답은 이탈리아로 연간 850톤 정도를 생산하여 단연 1위이다. 2위 중국, 3위 미국, 4위 프랑스, 5위 스페인 순인데 칠레, 남아공
‘대지’원서 읽기를 끝내고 3년 전 단둘이 같은 교무실을 공유한 인연으로 알게 된 국어 선생님과 1년에 걸쳐《대지》원서 읽기를 끝냈다. 우리는 하루에 한 페이지씩 같이 읽기로 했다. 먼저 전화를 건다. 소리 내어 영어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말로 해석도 해야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은 없기로 했다. 명절이나 여행을 가서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그런 날이 예상되면 그 전에 미리 두 페이지씩 읽기도 했다. 책 선정은 그렇게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영어 원어로 읽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았고 어떤 책도 다 좋을 것 같았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만났다. 마지막 페이지는 얼굴을 보고 같이 읽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매우 행복했다. 국어 선생님은 자주 나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내가 아무래도 영어 전공자라 문장의 해석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설명을 할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아니라고. 고마운 건 나라고, 책을 같이 읽으며 너무 행복하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그러신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생각해 보았다. 학교 수업과 가정 살림 및 육아에 바쁜 일상을 쪼개고 쪼개 전화를 드는 하루 20분이 왜 그렇게 한결같이 일 년 동안 행복했었는지를
책 거 리 가르치고 배우는 자! 쫓고 쫓기는 자? 아닙니다. 아름답게 배우며 가르치는 자의 모습이 있기에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당연 선생님과 학생이냐고요? 아니죠! 둘 다 선생님이고요. 같다면 언어를 가르치는 분들이죠. 국어와 영어! 그런데 이 두 분이 어떻게 영어로 된 ‘대지’원서를 365일 읽었는지, 매일 20분을 통해 서로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입장이 다른 두 사람의 스토리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같이 싣게 되었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더 미약하리라.’ 새로운 영어책을 고를 때마다 나를 움츠리게 하는 말이다. ‘개꼬리 3년 묻어 소꼬리 안 된다’는 말처럼 영어 공부에 관심을 기울인 지 수 년이 흘렀어도 나의 영어 실력은 일천하다. 배낭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싶어 시작한 전화영어, 화상영어는 문법이 파괴된 돌고래식 문장이었다. 언감생심 유머를 섞어 말하는 그들만의 화법을 이해할 수 없어서 소외되길 반복하다가 아웃사이더의 심정이 이런 거구나! 자조 속에 자주 빠졌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3년 전 별실에서 영어 선생님과 단둘이 근무하는 기회를 얻었다. 선생님은〈결혼이야기〉시나리오를 출력해 오더니 매일 한 쪽씩 외워보자고 한다.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3] 12월의 허브이야기 캐모마일 학명 Anthemis Noblilis 캐모마일(Chamomile)은 지중해에서 2000년 넘도록 사용되었던 허브입니다.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캐모마일은 그 향이 국화 향과 친숙하여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고대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로 유럽 전 지역에 퍼져있죠. 캐모마일의 향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 향이 난다고 하여 ‘땅의 사과’라는 희랍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작은 사과의 뜻인 ‘만자닐라(Manzanilla)’라고 부르고, 17세기 식물학자 니콜라이 칼페머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 태양의 신 ‘라’에게 바쳤으며, 고대 이집트의 승려들은 신경질환에 이 허브를 사용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색슨족은 이것을 9개의 신성한 허브 중에 하나로 숭배하고 ‘마우덴(Mauthen)’이라 불렀습니다. 캐모마일은 로만 캐모마일과 저먼 캐모마일 두 종류의 에센셜오일이 있는데 로만 캐모마일은 옆에 있는 다른 식물을 건강하게 보살핀다고 하여 ‘식물의 의사’라는 별명이 붙었고, 저먼 캐모마일은 꽃은 데이지와 비슷한 작은 백색으로 로만보다 더 강력한 항